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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경찰서에서의 한통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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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현 작성일23-11-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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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

마때기 사이트에서 쫓겨난 뒤 나는 다시 경마장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집에서 클릭 한 번으로 베팅하던 것에 익숙해져서였을까.

그래도 경마는 계속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남의 예상에 의존하기보다 내 스스로 마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부하면 할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히려—

따는 날보다 잃는 날이 많아졌다.


잘 몰랐을 때는 인기마와 저배당 위주로 샀다.

그러니 적중하는 재미라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알기 시작하자 눈이 달라졌다.


‘이 인기마가 빠지면?’

‘저 말이 들어오면 배당이 얼마야?’


점점 고배당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이 왜 말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경마는 공부할수록 어렵다.”


경마장에서는 별별 이야기를 다 들었다.

누구는 아파트 몇 채를 날렸다 하고, 누구는 사업체 몇 개를 말아먹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다시 나타난다.


“오늘 얼마 이겼어?”보다는—

“오늘 말 밥 얼마나 주고 왔어?”

“얼마 깨졌어?”


이런 농담이 더 자연스러웠다.

잃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다시 오는 이유.

나에게 경마는 단순히 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추리하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몇 시간 동안 분석한 그대로 말들이 움직이고, 내가 선택한 말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의 짜릿함.

그 맛을 잊지 못해 우리는 ‘취미’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주말마다 경마장으로 출근했다.

그러는 사이 내 인생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랫동안 일했던 가라오케를 그만두고 지인과 함께 룸 14개짜리 가라오케를 직접 열었다.


30대 중반.

조금이라도 빨리 내 것을 이루고 싶었다.

다행히 장사는 잘됐다.

매니저로 일할 때보다 수입도 몇 배나 많아졌다.


어느 날 오후 4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장이 되었으니 옷차림에도 신경을 썼다.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넘겼다.


구두에는 광까지 냈다.

거울을 몇 번이나 보고 나서야 만족했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

집을 나서려는데—


따르릉.

휴대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정수현 씨 되십니까?”

“네. 그런데 어디시죠?”


상대방이 말했다.


“성남경찰서 ○○과 김○○ 형사입니다.”

순간 몸이 굳었다.


“경찰서요?”

“네. 내일 조사받으러 한번 오셔야겠습니다.”

“제가요? 왜요?”


이어진 한마디.


“작년에 불법 경마 사이트를 이용하셨더라고요.”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순간 딱 하나가 떠올랐다.


마때기.

‘아… 그거.’


병수 형은 몇 년 동안 아무 일 없었다고 했다.

나 역시 몇 번 이용하고 끝난 일이니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 경찰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내일 오후 4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아… 네.”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온갖 생각이 들었다.


‘경찰서 가면 잡혀가는 건가?’

‘뭐라고 말해야 하지?’

‘그냥 모른다고 해야 하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평생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받아본 적이 없던 나였다.


그날 밤은 경마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약속한 시간에 성남경찰서를 찾아갔다.


“김○○ 형사님 만나러 왔는데요.”

“아, 네. 이쪽으로 오세요.”


형사가 작은 책상 앞으로 나를 안내했다.

컴퓨터 한 대와 수사자료처럼 보이는 서류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형사가 내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작년에 ○○사이트를 통해서 경마 베팅하신 적 있으시죠?”


잠깐 망설였다.


“…네.”

“저희가 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해서 연락드린 겁니다.”


심장이 철렁했다.

계좌 거래내역.

이미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형사는 내 표정을 보더니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이트 관련해서 몇 가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제가 묻는 것에 솔직하게 답해주시면 됩니다.”

“아… 네.”


형사는 컴퓨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그럼 하나씩 여쭤보겠습니다.”


나는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잠시 후—

첫 번째 질문이 시작됐다.

추천0

댓글목록

정현욱님의 댓글

정현욱 [VIP회원]

다음 편이 궁굼하네요

마도사님의 댓글

마도사 [아카데미수료]

기다려집니다. ㅎㅎㅎ

이효성님의 댓글

이효성 [VIP회원]

사이트에 우연히 들어왔다가 1편부터 읽었는데....계속 2편 3편보다가 끝까지 다읽었네요 ㅋㅋㅋㅋ
재밌습니다
다음 편 기대합니다

다비켜님의 댓글

다비켜 [VIP회원]

재밌네요
계속 써주세요~~

경마누리님의 댓글

경마누리 [VIP회원]

재미잇네요. 1편부터 쭉 보았습니다

차종환님의 댓글

차종환 [VIP회원]

글재주도 있으시고, 나중에 책으로 내도 잘 팔리겠어요

쩐의전쟁님의 댓글

쩐의전쟁 [VIP회원]

다음편은 언제 나오나요 ㅎㅎㅎㅎ

신세기님의 댓글

신세기 [VIP회원]

다들 그렇지만 경마는 지인들 따라가서 배우는건가봐요.
재밋으니까 또 가고

바이올렛님의 댓글

바이올렛 [내부최고위원]

다시 읽어봐도 재밌습니다 ㅎㅎ

유니님의 댓글

유니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여왕님의 댓글

여왕 [VIP회원]

잘읽엇어요 와 대표님도이런시절이잇엇네 ㅎㅎ

호동이님의 댓글

호동이

다움 을 기대요

나무님의 댓글

나무

이젠 경마를 조금 잘 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

비밀글 관리자 확인 후 오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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