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의 경마 이야기 (15편) 불법 사설경마...일명 ‘마때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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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현 작성일22-10-26 20:38본문
아무도 보지 않던 12번 말
목요일까지 휴가는 끝났다.
오늘은 금요일.
저녁에는 다시 청담동 가라오케로 출근해야 했다.
하지만 문제없었다.
경마는 낮에 끝나니까.
‘좋았어. 경마 끝나고 출근하면 딱이네.’
게다가 내 앞에는 새로 장만한 대형 모니터 두 대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한쪽에는 출마표.
한쪽에는 배당판과 경주 화면.
준비는 완벽했다.
어제까지 일본 경마에서 70만 원을 잃었지만, 밤새 공부도 했다.
‘오늘은 다르다.’
내가 분석한 말을 먼저 사고, 배당판을 보면서 추가로 베팅한다.
나름대로 전략까지 세웠다.
드디어 1경주.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경마장도 아니고 장외발매소도 아닌—
내 방에서 한국 경마를 한다.
‘이렇게 편한 걸 왜 진작 몰랐지?’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나는 출마표에 집중했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서울 경마가 없었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문세영도 없었다.
하지만 부산에는—
조성곤이 있었다.
당시 부산경남을 대표하던 최고의 기수.
그가 타는 말은 문세영의 말처럼 늘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저배당이 형성되곤 했다.
훗날 나는 뉴스를 통해 그의 안타까운 마지막 소식을 접하게 된다.
수천 번의 경주와 수백 번의 우승.
‘당대불패’와 대통령배를 휩쓸고 그랑프리까지 정상에 올랐던 기수.
하지만 그때의 나는 훗날의 일을 알 리 없었다.
내 관심은 오직—
오늘 경주였다.
나는 8번을 축으로 잡았다.
그리고 또 한 마리.
12번.
예상지를 보니 12번은 거의 관심 밖이었다.
인기도도 낮았다.
경마장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른바—
‘똥말.’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12번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직전 경주들을 살펴보니 완전히 무시할 말은 아니었다.
‘이 정도 능력이면 한 번쯤 사고 칠 수도 있는데….’
더구나 배당까지 좋았다.
8번과 12번이 함께 들어온다면—
제법 큰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예상지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12번 기수 이름에서 시선이 멈췄다.
“어…?”
다시 봤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12번 말.
그런데 그 말의 등에 올라탄 기수는—
절대로 ‘똥기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경마장을 다니던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기수였다.
나는 의자를 앞으로 바짝 당겼다.
그리고 혼잣말을 했다.
“잠깐만….”
“이 기수가 왜 12번을 탔지?”

조성곤 기수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나무이젠 경마를 조금 잘 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