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의 경마 이야기 (3편) 처음 본 경마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수현 작성일22-10-12 15:54본문
제3화 — 처음 본 경마장
일요일 아침 8시.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전날 새벽까지 일했으니 내게 아침 8시는 거의 한밤중이었다.
“여보세요….”
“형, 일어났어?”
진우였다.
“너 미쳤냐? 지금 몇 시야.”
“빨리 씻어. 나 형네 집으로 가는 중이야.”
“어디 가는데?”
진우는 또 그 말을 했다.
“가보면 알아.”
잠시 후 진우가 도착했다.
“형 차 타고 가자.”
나는 졸린 눈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어디로?”
“양재 쪽.”
양재를 지나 과천 방향으로 들어서자 차가 갑자기 막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고가 난 줄 알았다.
“뭐야? 왜 이렇게 막혀?”
진우가 태연하게 말했다.
“여긴 이 시간에 원래 이래.”
“왜?”
“조금만 가면 알아.”
차량들은 줄을 지어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후—
커다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과천 경마장.
나는 순간 진우를 쳐다봤다.
“야.”
“왜?”
“너 나 지금 도박장 데리고 온 거야?”
진우가 웃었다.
“형, 경마가 왜 도박이야. 합법 스포츠지.”
“돈 거는 거 아니야?”
“돈은 걸지.”
“그럼 도박이잖아!”
“일단 들어가 봐.”
주차장에는 차가 빼곡했다.
사람들은 종이를 들고 빠르게 걸어다녔다.
여기저기서 처음 듣는 말들이 들렸다.
“3번이 대가리야.”
“7번 조교 봤어?”
“오늘 승부한대.”
나는 진우 뒤를 따라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물었다.
“진우야.”
“응?”
“설마….”
진우가 돌아봤다.
“나한테 200만 원 받아서 400만 원 만든 것도 여기야?”
진우가 웃었다.
“응.”
“100만 원을 200으로 만든 것도?”
“응.”
순간 잠이 확 깼다.
“진짜?”
“진짜.”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들고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진우는 두 번이나 정확히 돈을 두 배로 만들어왔다.
“근데 어떻게?”
진우가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형.”
“왜?”
“나는 아무 경주나 안 해.”
“그럼?”
진우가 목소리를 낮췄다.
“나는 소스를 받아.”
“소스?”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게 뭔데?”
“정보.”
“무슨 정보?”
진우가 주변을 한번 살폈다.
“내가 아는 사람이 경마 쪽 사람들을 좀 알아.”
“그래서?”
“어떤 말이 오늘 진짜 승부하는지 그런 정보를 미리 받는 거야.”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걸 미리 알 수 있어?”
진우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안 잃는 거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 숫자가 떠올랐다.
200만 원이 400만 원.
100만 원이 200만 원.
‘정말 그런 정보가 있다면?’
그때였다.
멀리서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와아아아아!”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경주마들이 눈앞을 미친 듯이 질주했다.
두두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땅을 울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
진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형.”
“응?”
녀석이 씩 웃었다.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야.”
그날 나는 처음으로 경마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소스’라는 두 글자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 시작했다.

레츠 런 파크 과천 경마장 입구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나무이젠 경마를 조금 잘 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