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를 삭제 할 것이니, 이제 그만 들어오시죠 > 정수현 이야기


아이디를 삭제 할 것이니, 이제 그만 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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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현 작성일23-06-14 21:35

본문

너무 많이 따서 쫓겨났다

“정수현 씨 때문에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김 부장의 목소리는 차갑고 짧았다.

그리고 뜻밖의 말을 던졌다.


“아이디 삭제할 겁니다. 이제 그만 들어오시죠.”

“네?”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왜요?”

“저희 사이트 그만 이용하시고 다른 데 이용하세요.”

“아니, 제가 뭐 잘못한 게 있나요?”

“그런 건 아니고요. 아무튼 아이디 삭제할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잠깐만요. 이유라도….”


뚝.


전화가 끊겼다.

나는 한동안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그대로 있었다.


‘뭐야?’


기분이 나빴다기보다 황당했다.

내가 욕을 한 것도 아니고,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었다.

돈 넣고 경마했을 뿐인데 갑자기 나가라니.


‘내가 뭘 잘못했지?’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결국 병수 형에게 전화했다.


“형.”

“어, 왜?”

“형이 알려준 사이트 있잖아.”

“응.”

“나 거기서 강제퇴출 당했어.”

“뭐? 왜?”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전화 와서는 아이디 삭제할 테니까 다른 사이트 가래.”


잠시 생각하던 병수 형이 물었다.


“너 혹시 거기서 돈 많이 땄냐?”

“응.”

“얼마나?”


나는 대충 계산해봤다.


“한… 2천만 원 정도?”

“뭐?!”


병수 형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2천만 원이나 땄다고?

“응.”


그러자 병수 형이 웃기 시작했다.


“야, 그러니까 쫓겨나지! 하하하!”

“왜?”


나는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그 사람들도 돈 벌려고 하는 건데 네가 계속 돈 따가면 좋아하겠냐?”

“아….”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됐다.


“그럼 거기 들어가는 사람들은 다 돈 잃어?”

“다 그렇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대부분 결국 잃겠지.”

“진짜?”


이상했다.

경마 자체보다 오히려 그 사이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병수 형이 나에게 물었다.


“근데 야, 넌 어떻게 그렇게 계속 따냐?”

“나?”

“응. 2천만 원이면 장난 아니잖아.”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전 경주를 다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럼?”

“예상지 보면 추천경주 같은 거 있잖아. 내가 분석해서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경주만 기다렸다가 하는 거지.”

“그걸 계속 기다려?”

“응. 잘 모르는 경주를 왜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이미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특히 당시 내가 가장 믿었던 기수가 있었다.


문세영.

내가 처음 경마를 배울 때 눈에 들어왔던 기수가 박태종이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내 눈은 자연스럽게 문세영에게 향하고 있었다.

당시 내 체감으로는—


‘문세영을 중심으로 사면 웬만하면 들어온다.’


그 정도로 믿음이 생겨 있었다.

병수 형이 웃었다.


“너 완전히 문세영 찐팬 됐네?”

“하하하. 그런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삭제된 사이트 화면을 바라봤다.

며칠 동안 내 방을 경마장으로 만들어주었던 공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조금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별수 있나.


‘다시 경마장으로 출근해야지.’


과천이 귀찮으면 장외발매소라도 가면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이트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이—

창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내가 얼마나 잘 땄으면 저쪽에서 먼저 나가라고 했겠어?’


나는 그것을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 실력이 증명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 착각이,

나를 경마에서 멀어지게 한 것이 아니라—

더 깊숙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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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호동이님의 댓글

호동이

잘보았어요 요새도 문세영 잘타지요

나무님의 댓글

나무

이젠 경마를 조금 잘 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

비밀글 관리자 확인 후 오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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