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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경마 이야기 (7편) 금요일 경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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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현 작성일22-10-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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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경마장

목요일 밤.


살면서 목요일이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있었던가.

평소라면 새벽 5시까지 이어지는 주점 일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시계만 자꾸 쳐다봤다.


‘손님들 오늘은 좀 일찍 가시면 안 되나….’


몸은 주점에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과천 경마장에 가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진우에게 물었다.


“진우야, 내일 몇 시에 볼까?”

“형, 잠도 안 자고 가려고? 안 피곤하겠어?”

“야, 자슥아. 지금 잠이 문제냐?”


나는 진우의 어깨를 툭 쳤다.


“우리 인생에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왔는데 한국마사회의 부르심에 달려가야지!”

“하하하! 형, 벌써 너무 빠진 거 아니야?”

“걱정 마. 아무 경주나 안 해. 이길 수 있는 경주만 할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모든 경주를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며칠 동안 나름 공부도 했다.

선행마.

추입마.

그리고 기수의 기승술.

특히 내 머릿속에는 아주 단순하고도 완벽해 보이는 공식 하나가 만들어져 있었다.

좋은 선행마 + 잘 타는 기수 = 적중.

경마를 접한 지 겨우 일주일도 안 된 초보자가 벌써 경마의 비밀을 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금요일 아침 9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는데도 눈이 번쩍 떠졌다.

진우와 나는 곧바로 과천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진우가 말했다.


“형, 오늘은 금요일이라 제주하고 부산 경주야.”


나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래도 박태종은 나오지?”


진우가 피식 웃었다.


“형, 박태종은 서울 기수잖아. 오늘은 안 나와.”

“뭐?”


순간 머릿속이 멈췄다.

박태종이 안 나온다고?

며칠 동안 내가 만들어놓은 필승 공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살짝 불안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 부산이나 제주에도 박태종처럼 잘 타는 기수 한두 명은 있겠지.’


찾으면 된다.

나는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렸다.




과천 경마장에 도착하니 지난 일요일보다 한산했다.

부산과 제주 경주는 과천에서 직접 뛰는 것이 아니라 화면으로 중계되기 때문에 장외발매소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우리는 지난주에 앉았던 자리로 향했다.

빈자리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다른 곳에는 앉고 싶지 않았다.

바로 그 자리에서—


5번과 7번을 맞혔으니까.


사람 마음이 참 묘하다.

한 번 돈을 딴 자리에는 무슨 행운이라도 묻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지난주와 똑같은 자리에 앉아 예상지를 펼쳤다.

그런데 느낌부터 달랐다.

지난주에는 암호처럼 보였던 글자들이 이제는 제법 아는 척을 했다.


선행.

추입.

기수.

배당.


‘그래. 이제 좀 보이네.’


주머니도 지난주보다 두둑했다.

돈도 있고.

공부도 했고.

자신감도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나는 진우에게 슬쩍 물었다.


“진우야.”

“응?”

“오늘 소스 경주는 몇 경주야?”


진우가 예상지를 넘기다 말고 나를 바라봤다.


“형, 아직 없어.”

“뭐가?”

“소스.”

“하나도?”

“응. 오늘은 아직 연락이 안 왔어.”


나는 잠시 진우를 바라봤다.

지난주 같았으면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예상지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펜을 들었다.


‘소스가 없으면 뭐 어때.’

선행마도 공부했다.

추입마도 공부했다.

기수도 봤다.

‘내가 직접 찾으면 되지.’


나는 출마표의 말 번호 하나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순간만큼은 정말 자신 있었다.

지난주 경마가 내게 가르쳐준 것은 단 하나였으니까.


‘경마? 생각보다 쉽다.’


하지만 나는 아직 몰랐다.

지난주 내가 배운 것보다—

경마가 내게 가르쳐줄 것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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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마사회에서 제공되는 출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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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나무

이젠 경마를 조금 잘 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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