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의 경마 이야기 (10) 여보~ 우리 다시 전세방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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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현 작성일22-10-25 12:02본문
“여보, 우리 전세방 찾았어!”
진우는 다른 일을 찾아 떠났지만, 나는 청담동 가라오케를 그만둘 수 없었다.
사장님의 신임도 있었고 무엇보다 나를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많았다.
매니저인 내가 직접 서빙하면 고맙다며 두둑한 팁을 건네는 손님들도 있었다.
밤에는 가라오케.
그리고 낮에는—
경마였다.
진우가 떠난 뒤 나는 미친 듯이 경마 공부를 했다.
선행과 추입, 기수, 조교, 레이팅, 직전 경주, 부담중량, 전개….
하루 10시간은 기본이었다.
‘학창 시절에 절반만 이렇게 공부했으면 하버드 갔겠다.’
혼자 웃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힘들지 않았다.
경마는 내게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추리게임처럼 느껴졌다.
열두 마리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내가 예상한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의 쾌감.
그 맛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일요일.
나는 과천 대신 청담동 장외발매소를 찾았다.
오전 10시 30분.
건물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옆자리 중년 남자가 예상지를 들여다보다 물었다.
“젊은 친구, 이번에는 몇 번 보는가?”
나는 웃기만 했다.
경마장에서 함부로 번호를 말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이제 알고 있었다.
말은 기계가 아니다.
아무리 강한 말도 컨디션에 따라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돈이 걸린 곳에서—
틀린 한마디는 원망이 되어 돌아온다.
그렇게 몇 경주가 지나고 4경주가 다가왔다.
출전 기수 명단을 보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박태종.
‘됐다.’
당시 내게 박태종은 믿고 사는 기수였다.
나는 박태종의 말을 중심으로 여러 마리를 엮었다.
스타트!
역시 박태종은 앞선에서 달렸다.
‘그렇지! 그대로 가!’
그런데 마지막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했다.
박태종의 말이 밀리기 시작했다.
2위….
3위….
“어? 왜 그래?”
그리고 결국—
4착.
끝이었다.
내 마권도 그대로 휴지조각이 됐다.
전광판에 배당이 떴다.
복승 224.2배.
쌍승 947.1배.
“미쳤다….”
박태종이 빠지자 상상하기 힘든 고배당이 터져버렸다.
당연히 나도 맞히지 못했다.
씁쓸한 마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계단을 내려가다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계단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있었다.
‘얼마나 잃었길래 저렇게 우는 거야?’
괜히 말을 걸기도 그래서 지나치려는데, 여자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받자마자 울부짖었다.
“여보오오오……!”
남편인 모양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이어진 한마디에 귀를 의심했다.
“여보….”
여자는 울면서 말했다.
“우리 전세방 찾았어!!!”
‘뭐?’
잃어서 우는 게 아니었다.
맞힌 것이다.
그것도 박태종을 빼고 신인 기수를 선택해—
쌍승 947.1배.
5만 원을 베팅했다고 했다.
환급금은 무려 4천만 원이 넘는 돈.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생각했다.
‘이런 배당을 도대체 누가 맞혀?’
그런데 바로 내 눈앞에—
그 사람이 서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나는 알았다.
경마에는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돈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는 아주 위험한 질문 하나가 떠나지 않았다.
‘저 사람이 할 수 있다면… 나도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장외 발매소의 모습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나무이젠 경마를 조금 잘 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