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의 경마 이야기 (14편) 불법 사설경마... 일명 '마때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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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현 작성일22-10-26 19:57본문
모니터가 문제였을까?
“헉….”
결과를 보는 순간 입이 벌어졌다.
내가 1등으로 놓았던 8번 말이 3착.
그것도 반 마신 차이였다.
첫 경주부터 3만 5천 원이 날아갔다.
“아, 진짜….”
2착만 했어도 적중이었다.
어제 그렇게 공부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나는 출마표를 다시 들여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모니터가 너무 작은가?’
출마표도 잘 안 보이고 경주 영상도 답답했다.
‘그래. 장비가 문제야.’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지갑을 들고 컴퓨터 매장으로 달려갔다.
“사장님, 32인치 모니터 있어요?”
“중고 하나 있습니다.”
가격은 30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한 번만 제대로 맞히면 모니터 값 정도야 금방 나오지.’
그러다 욕심이 하나 더 생겼다.
“사장님.”
“네?”
“그냥 두 개 주세요. 듀얼로 하게.”
잠시 후 집에 대형 모니터 두 대가 나란히 놓였다.
한쪽에는 출마표.
다른 한쪽에는 경주 화면과 배당판.
“와….”
그럴듯했다.
무슨 전문 경마 분석실이라도 차린 것 같았다.
‘좋았어.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다음 경주.
5번을 중심으로 9번에 3만 원.
그리고 1번, 4번, 8번까지 받쳤다.
총 6만 원.
베팅 버튼을 누르고 나니 나도 조금 놀랐다.
‘나 미친 거 아니야? 한 경주에 6만 원씩?’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들어오면 되지!’
스타트!
나는 두 개의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5번을 외쳤다.
“5번! 가! 가!”
마지막 직선.
그리고—
“악!!!”
5번이 또 3착이었다.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확실했다.
모니터가 문제가 아니었다.
32인치 두 대로 봐도—
안 들어오는 말은 안 들어왔다.
정신을 차리고 계산해보니 휴가 첫날부터 지금까지 날린 돈이 어느새 70만 원.
모니터 값은 또 별도였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래도 재미있었다.
경주가 시작되면 심장이 뛰었고, 조금이라도 맞으면 혼자 중얼거렸다.
“아… 거기다 좀 더 살걸.”
잃으면 화가 나면서도 다음 경주가 궁금했다.
그때였다.
사이트 상단에 처음 보는 버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 경마〉
“어라?”
나는 화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한국 경마도 된다고?’
버튼을 눌렀다.
〈지금은 경주 시간이 아닙니다〉
아….
오늘은 화요일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그럼 금요일부터는 과천이나 장외발매소까지 갈 필요도 없는 거잖아?’
집에서 편하게.
새로 산 듀얼 모니터 앞에 앉아서.
한국 경마까지 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나는 일본 경마 화면을 닫아버렸다.
“에이, 일본 경마 안 해!”
휴가 이틀 만에 70만 원을 날렸다.
열이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70만 원을 잃은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내 방 안에 경마장이 들어와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나무이젠 경마를 조금 잘 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