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의 경마 이야기 (9편) 소스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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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수현 작성일22-10-21 18:23본문
소스의 정체
쾅!!
게이트가 열렸다.
열두 마리가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선두에는 다섯 마리, 그 뒤로 선입마 세 마리, 후미에는 네 마리가 따라붙었다.
기수들은 말 등에 납작 엎드려 채찍을 휘둘렀고, 말들은 입가에 하얀 거품을 뿜으며 질주했다.
그런데 그제야 나는 알았다.
11번 기수가 여자였다.
‘어? 여자 기수였어?’
베팅하기 전에 알았다면 11번을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때만 해도 막연하게 여자 기수는 힘이 약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산 2번과 11번은 모두 선두권이었다.
‘됐다! 이대로만 가자!’
특히 인기 1위 2번은 거침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마지막 4코너.
2번은 마치 ‘나 잡아봐라!’ 하는 듯 멀찌감치 앞서 있었다.
문제는 2착이었다.
3번, 5번, 7번, 8번, 그리고—
11번.
다섯 마리가 뒤엉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일도, 돈도, 걱정도 없었다.
오직 하나.
‘11번만 와라.’
아마 사람들이 경마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인지도 모른다.
경주가 벌어지는 단 1분 남짓한 시간 동안은 세상 모든 것을 잊는다.
오직 내가 선택한 말만 보인다.
직선주로.
100미터!
50미터!
8번이 먼저 뒤로 처졌다.
5번도 밀렸다.
7번도 힘이 떨어졌다.
남은 것은—
3번과 11번!
“11번!!”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11번이 반 마신 앞서는가 싶으면 3번이 따라붙었다.
11… 3…!
3… 11…!
둘이 엎치락뒤치락했다.
“11번! 조금만 더!!”
그리고—
골인!!!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뭐야… 누가 먼저 들어왔어?”
모르겠다.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11번이면 적중.
3번이면—
10만 원 전부 끝이었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바로 나오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사진 판독이었다.
1분이 10분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화면에 3번과 11번의 결승선 장면이 확대됐다.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화면만 바라봤다.
그리고 판정이 나왔다.
11번.
코 차이 승리!
“됐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복승 11-2.
12.8배.
10만 원이 128만 원이 됐다.
더구나 조금 전까지 ‘여자 기수가 괜찮을까?’라고 의심했던 바로 그 기수가 마지막 순간 11번을 살려냈다.
나는 흥분해서 소스 형에게 말했다.
“와, 형 진짜 대단하네요! 소스 올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맞아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런 소스는 매 경주마다 받을 수 없어요?”
“아니요. 하루에 서너 경주 정도예요.”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동안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근데… 그 소스는 도대체 어디서 받는 거예요?”
나는 당연히 기수나 조교사, 마주 같은 경마 관계자에게서 흘러나오는 특별한 정보라고 생각했다.
소스 형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아, 그거요?”
“네.”
“홍○동 예상가가 있어요. 그 사람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경주가 있는데, 나는 그것만 하는 거예요.”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네…?”
“예상가 추천이요.”
“잠깐만요.”
나는 소스 형을 빤히 바라봤다.
“그럼 지금까지 말한 소스라는 게… 예상가가 추천한 마번이라고요?”
“그렇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소스라는 것이 마방이나 기수, 조교사, 마주를 통해 은밀하게 흘러나오는 대단한 정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누군가의 예상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몇 사람의 입을 거쳐 나에게 도착했을 때—
어느새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소스.’
나는 손에 들린 128만 원짜리 적중 마권을 내려다봤다.
분명 돈은 땄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잠깐만….’
‘그럼 내가 예상가의 마번을 직접 보면 되는 거 아니야?’

'겨우 10cm 차이'
경주마는 코가 먼저 결승선에 닿아야 우승한다
경마의 묘미는 역시 경주 막판 벌어지는 대접전이다.
0.01초 차이로 우승마가 가려지고 이를 위해 비디오 판독까지 한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관계자는 "경마에서 결승선의 도착 기준은 '코'"라고 했다.
A말의 신체 일부가 먼저 결승선에 도달했더라도 B말의 코가 결승선에 닿았다면
우승 트로피는 B말에게 돌아간다.
이는 전세계 경마 시행국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이다.
'코 차'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상 경주마의 머리부터 엉덩이까지를 '1마신'이라고 한다.
거리로는 약 2.4m.
1, 2위의 차이가 적을수록 1마신→4분의 3마신→2분의 1마신→목차→머리 차→코 차로 구분된다.
코차는 보통 10㎝ 정도의 차이다.
지난해 부경경마공원에서 열린 786경주 중 배당률에 영향을 미치는 1위부터 3위까지의
코차 승부는 모두 58건이 나왔다.
이는 약 7.4%에 해당하는 수치로 매주 한 번 이상은 짜릿한 코 차 승부가 연출 된다는것이다
이 관계자는 "1초당 1,500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승자를 가렸다"며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야 할 정도로 짜릿한 승부가 많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한다.
스포츠 한국 함태수기자 hts7@sphk.co.kr 기사입력 2013.02.21. 오전 10:48 최종수정 2013.02.21. 오후 06:33 기사원문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나무이젠 경마를 조금 잘 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님의 댓글
나무